정주영 前회장, 1000년에 한번 날까 말까 한 거인"

● 관상가 신기원씨, 당대 '얼굴'을 말하다

신정선 기자

▲ 관상가 신기원씨가 노원구 상계동 자택에서 정치인·기업인 등 여러 유명인사의 관상을 설명하고 있다. /주완중 기자 wjjoo@chosun.com

지난해 이명박(李明博) 대통령의 당선을 예상했던 관상가 신기원(申箕源·69)씨가 만화에 등장했다. 허영만 화백의 신작 '꼴' 1권이다. 신씨는 얼마나 신통한 인물인가? 명리학자 조용헌씨의 평을 들어보자. "신씨는 사람 얼굴을 음양(陰陽)과 오행(五行)으로 분류해 보는 음양오행법의 전문가다."

14일 서울 노원구 상계동 아파트에서 마주앉은 그는 "만화는 동아일보에 실렸는데 왜 조선일보에서 왔느냐" "나와 인터뷰하려면 1년 이상 공부하고 오라" "전문적인 질문을 해달라"고 윽박지르더니 "나는 관상을 봐 단 한 번도 틀린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나는 30년 넘게 관상을 연구해 '개안(開眼)'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했다. 척 보면 모든 것을 꿰뚫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신정선씨, 돼지고기 싫어하지!"라고 했다. 기자는 돼지고기가 듬뿍 들어간 김치찌개를 매우 즐겨 먹는다. 이날 인터뷰는 이런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얼굴 생김만으로 사람의 과거와 미래를 어떻게 알 수 있나요.

"상법(相法)을 터득하면 보자마자 한 사람의 모든 것을 알 수 있어요. 형상이 아니라 신기(神氣)가 중요하지요. 신기란 사람을 둘러싼 기운을 말합니다."

―그래도 사람 운명을 얼굴만 보고 판단한다는 게 영….

"사람은 사귄다고 아는 게 아니지요. 그럼 20년 친구에게 사기 당하는 사람이 왜 생기겠어요. 사람이 속마음을 숨기고 살기 때문에 상법으로 봐야 본성을 아는 거지요. 인간은 자연의 기운을 받고 태어났기 때문에 자연의 이치대로 돌아갑니다. 이러한 이치를 엿보는 것이 상법이지요."

―관상과 사주가 어긋나는 경우도 있지요.

"사주에서 잡아낼 수 없는 부분을 관상은 알아냅니다. 단순히 '복(福)이 있다'는 사주가 나와도 사발만한 복인지, 집채만한지, 태산만한지 관상은 알려줍니다."

―일부 연예인들이 성형 후 인기가 높아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성형으로 관상이 달라져서 그런 겁니까.

"성형으로 관상을 좋게 할 수는 없지요. 성형 후 뜬 연예인은 성형을 안 했더라도 뜨게 돼 있었던 겁니다. 오비이락(烏飛梨落)이지요. 보기 싫은 털을 뽑고 흉터를 없앨 수는 있지만 타고난 얼굴에 정해진 운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경북 문경이 고향인 신씨는 한의사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동양철학에 흥미를 갖게 됐다. 먼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성명학(姓名學)을 독학했고 관상도 꾸준히 공부했다. 19세 때 청주에서 이름난 관상가였던 '간송 노인'을 찾아가 3년간 수학하기도 했다.

유명인들의 관상에 대한 신씨의 판단은 어떨까. 신씨는 귀한 기운을 4가지로 분류했다. 최고 등급 '극귀(極貴)', 그 다음으로 대귀(大貴), 중귀(中貴), 소귀(小貴)가 있다. 신씨는 극귀상으로 이승만(李承晩) 전 대통령과 이병철(李秉喆) 전 삼성 회장을, 귀한 상은 아니지만 기세가 강해 승부에서 성공한 인물로 이명박 대통령과 노무현(盧武鉉) 전 대통령을 꼽았다.

이명박 대통령 관상에 취임 후에도 비판 받을 것이 나와있습니까.

"이 대통령이 귀상(貴相)이 아니에요. 귀상은 그런 법이 없지요. 선거 같은 승부에서는 귀천(貴賤)보다 기세가 중요해 천상(賤相)도 대통령이 될 수 있습니다. 천상인 사담 후세인이 30년 넘게 이라크를 통치했잖아요. 귀상은 박근혜 의원입니다. 하지만 기세가 이 대통령보다 약해서 대통령이 되지 못했죠. 대신 이 대통령은 골기(骨氣·골격에 서린 기운)가 엄청나게 강하죠."

―극귀상은 누가 있었나요.

"이승만 박사가 최고의 극귀였어요. 그래서 신익희(申翼熙) 선생을 누른 것이지요. 김구(金九) 선생도 귀한 기운을 타고났지만 이 박사가 워낙 귀해 이길 수 없었습니다."

박정희(朴正熙) 전두환(全斗煥) 노태우(盧泰愚) 전 대통령은요?

"박정희 전 대통령은 철면(鐵面)을 가졌어요. 자기 주장대로 하고야 마는 강철 같은 정신력으로 큰 업적을 이뤘지요. 전두환 전 대통령은 귀상입니다. 특히 두각(頭角, 머리끝)이 좋습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음탁(陰濁)하게 타고나 음탁하게 행동하다 끝이 안 좋았지요."

―기업인 중에는 타고난 운이 좋은 사람이 누군가요.

"정주영(鄭周永) 전 현대 회장은 1000년에 한 번 날까 말까 한 거인입니다. 정몽준(鄭夢準) 의원은 아버지 근처에도 못 따라갑니다. 정몽구(鄭夢九) 현대 회장은 준(準)거물은 됩니다. 턱에 재복이 있어요. 이건희(李健熙) 전 삼성 회장은 귀골과 부골(富骨)을 다 갖췄지만 그래도 이병철 전 회장보다는 단계가 낮습니다."

―문인 중에 누가 가장 상이 좋나요.

"문재(文才)로는 서정주(徐廷柱)가 뛰어나지만 박경리(朴景利)만은 못합니다. 이문열(李文烈)은 문재는 타고 났지만 귀골은 아닙니다."

―정치인 중에 가장 상이 좋은 사람은 누구인가요?

"내가 좋아하는 상은 맹형규(孟亨奎) 정무수석의 상입니다. 귀골에 신사의 상을 가졌지요. 오세훈(吳世勳) 서울시장은 단아하고 수려한 귀골이지만…."

―미남·미녀와 귀천 분류는 어떤 관계가 있나요.

"잘생기고 예쁜 것과 귀천은 상관없습니다. 영화배우 C씨는 잘생겼지만 종종 문제를 일으키죠."

관상학의 교과서 격인 '마의상법(麻衣相法)'은 중국 당나라 말기와 송나라 초기 마의도인(麻衣道人)이 상법의 원리를 설명해놓은 비전(秘傳)으로 알려져 있다. "1000년 전 책이 오늘의 인간사를 설명할 수 있느냐"고 묻자 신씨는 "사람 생긴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아 지금도 맞는다"고 했다.

―동양적인 상법이 서양인에게도 맞나요.

"생긴 게 같으니 당연히 맞지요. 거스 히딩크 전 국가대표 축구감독은 눈의 신기가 강하죠. 집념이 대단하고 무서운 노력파라는 사실을 대번에 알 수 있어요. 반면 굉장한 '짠돌이'죠. 한국에 와서 수십억 벌고도 2002년 수재의연금으로 5000만원밖에 안 내놨잖아요. 후임으로 왔던 본프레레는 신기는 강한데 밝지 못했죠. 신기에는 강약과 청탁이 있는데 청탁이 우선입니다. 눈이 탁하면 자기 고집만 앞세우고 남 탓을 하죠. 본프레레가 결국 해고됐잖아요."

―미국 대선에서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와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 중에서 누가 승리할까요.

"기세는 매케인이 더 강합니다. 그러나 누가 이길지는 아직 알 수 없죠."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전 회장과 스티브 잡스 애플 회장은 라이벌로 알려져 있는데, 누가 더 기세가 강하죠?

"게이츠는 귀상이지만 잡스는 천상입니다. 잡스가 재주로 아무리 따라잡으려고 해도 게이츠를 능가하기 힘들어요."

―가수 조용필의 상에는 가수의 운이 보입니까.

"조용필은 재주꾼의 상이죠. 키가 컸다면 지금처럼 못 됐을 겁니다. 키가 작아서 득을 본 경우죠. 키 큰 사람은 재주꾼이 없어요."

―갓 태어난 아기는 제 얼굴이 바로 안 드러나는데 몇 살 때부터 관상을 볼 수 있죠?

"관상은 생긴 모습을 따지는 게 아니고 기운을 보는 겁니다. 형상을 뛰어넘는 신기라는 게 있어요. 금방 태어난 아기도 관상에 따라 운명을 파악할 수 있죠. 귀한지 천한지, 고관대작이 될지, 재복이 많을지 바로 알 수 있죠."

―일란성 쌍둥이는 어떤가요.

"쌍둥이 형은 의사인데 동생은 병원 원무과 직원인 쌍둥이 형제가 찾아온 적도 있어요. 생긴 건 같아도 기운이 다르기 때문에 운명도 다른 겁니다."

―얼굴에 나타난 운을 노력해서 바꿀 수 있습니까.

"세상만사는 상법대로 돌아갑니다. 바꿀 수 있는 게 아니죠. 천한 기운이 귀한 기운이 될 수는 없습니다. 가난뱅이가 노력한다고 재벌이 될 수 있나요. 노력하면 쥐꼬리만큼 바꿀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기운은 바꿀 수 없어요. 개천에 용 나는 법은 거의 없습니다."


수정
Posted by 김만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