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 옹달샘ㅇ

자유계시판 2008. 4. 26. 11:55


옹달샘

퍼내지 않으면 언제가지나 그대로 있으면서

퍼내면 다시 고이는 것이 옹달샘.

어릴 때 맛있는 것 생기면

아끼느라 잘 간직해 뒀다가 상하거나 말라서

그 아까운 것을 버린 기억이 난다.

참 좋은 생각 귀중한 말을 듣고

다음 기회에 멋있게 써야지하고 아껴둔 말이

영영 생각나지 않고 증발해 버린 말은 얼마나 되던가.

말이 씨가 된다고

소중한 말을 쓰면 다시 소중한 말로 채워지고

저속하고 야비한 말을 쓰면 저속한 말로 채워지고

말이란 메아리를 닮았나보다.

소담하고 화려한 장미꽃보다

가시덤불에 볼품 없이 핀 찔레곷향기가 얼마나 더 향기로운지

가까이 가서 맡아보기 전에는 누구도 믿지 않는다.

공부 잘하고 인물 예쁘고 머리 좋고 재주 있고

일류학교 졸업에 좋은 직장에 수1000대 연봉에

목에 힘을 주고 주변사람들에게 부러움을 샀건만

혼기가 지나도록 결혼에는 뜻이 없고

얼굴에 잔주름이 생긴다고 몸치장에만 열을 올리니

누구를 위한 치장인지,

세칭 '골드미스'라 하던가.

주방에 들어오면 영어 단어 하나 더 외라고

집안 행새시엔 참석하면 수학 문제 하나 더 풀어라.

이제 와서 생각하니 겉똗똑이, 헛독똑이, 애물단지로 키웠구나.

하늘을 원망하며 다른 사람 탓할소냐.

비범하게 키우면 비범할 줄 알았더니

평범 속에 비범이 들어있다는 것 이제야 알았노라.

어린 싹같으면 쉽게 바로 잡아지지만

완전히 굳었으니 휘어지지도 않거니와

부러지게 생겼도다.

오 주여 저에게 더 큰 시련과 고통을 주시고

더 많은 슬픔과 눈물을 주시어 이 병든 영혼을

정화해주소서 !


Posted by 김만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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