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교회' 소망교회를 가다
'고·소·영'? 교회는 교회일 뿐 눈 흘기지 마세요
이명박 대통령 당선 이후, 탤런트 고소영이 엉뚱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핵심 인맥을 두고 '고·소·영'이라고 부르는 탓이다. '고소영'은 고려대 출신에 소망교회 신도, 영남 출신을 일컫는 신조어. 여기에 서울시청 출신까지 더해 '고·소·영 S라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소망교회는 이승만 전 대통령을 배출한 감리교 정동제일교회, 김영삼 전 대통령이 다녔던 장로교 충현교회에 이어 기독교인 대통령을 배출한 세번째 교회가 됐다. 소망교회가 이명박 정부 인맥의 큰 줄기로 떠오르면서 이곳을 향한 시선들도 곱지만은 않다. 항간에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 이후, 소망교회 신도가 2천명 불었다는 얘기도 떠돌고, 일부 한나라당 공천 신청자는 소망교회 신도라는 보도자료를 뿌려 물의를 빚기도 했다. 한국 엘리트의 조건으로 꼽히는 소망교회는 어떤 곳일까.
◆소망교회를 가다
2월 28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소망교회를 찾았다. 지하철 압구정역에서 꽤 떨어져 있지만 멀리서도 십자가가 보일 정도로 두드러졌다. 평일인 탓에 예배당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지만 400여대가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은 빈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예배당 뒤편 선교관과 교회 지하에는 각종 모임에 참석하는 교인들로 북적였다. 주말예배가 열리는 일요일이면 교회 본당은 예배마다 5천여명이 들어찰 정도로 붐빈다고 했다. 인근 골목까지 차량들이 밀려드는 통에 교인들이 주차안내 봉사에 나선다는 것. 이명박 대통령도 1992년 14대 국회의원이 된 뒤 3년 4개월간 매주 일요일 오전 6시부터 주차안내 봉사를 했다. 교회 관계자는 "5부까지 예배가 이어지는 주말이면 2만여명이 교회를 찾는다"고 설명했다.
소망교회를 두고 '부자들이 다니는 교회', '엘리트 교회'라는 질투어린 시선이 많다. 한국 엘리트의 3대 조건이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에 살면서 소망교회에 다니는 것'이라는 우스개가 있을 정도. 실제로 신자 중 98%가 대졸자이고, '소망교회의 별(장성)을 합치면 200개'라는 소문이 떠돌고 정계·재계는 물론 현재 활동 중인 연예인 수만도 1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소망교회의 운영은 경건함과 비귀족화를 추구한다고 했다. 예배 시간에 박수를 치지 않고, 새로 나온 사람을 예배 시간에 소개하지도 않는다. 대성전에 어린이는 들어올 수 없다. 누가 와도 특별 대우를 하지 않고, 교회 버스나 교회 묘지도 없다. 대부분의 교회가 일년에 한두차례씩 여는 부흥집회도 소망교회는 창립 이후 30년간 한번도 열지 않았다. 신도 김모(54·여)씨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교회 분위기가 달라진 건 전혀 없다"며 "주변에서 소망교회 인맥을 들먹거리는데 누가 다니는지도 잘 모르고 교인들은 예전과 달라진 걸 전혀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정말 신도수 늘었을까
이명박 대통령 당선 이후 소망교회 신도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다소 늘어났다. 지난 1월과 2월 소망교회 주보를 입수, '새로 등록한 신도' 목록을 살펴본 결과 553명이 새로 등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대통령 당선 직후인 1월 6일에는 101명, 13일에는 145명, 20일에는 68명으로 크게 늘었다. 1월 27일과 2월 10일에는 각각 59명, 28명으로 줄었지만, 같은달 17일에는 112명, 24일에는 40명이 등록했다. 지난해 매주 평균 35~40명이 등록한 데 비하면 크게 늘어난 셈.
강남 주민들뿐만 아니라 인천, 일산, 하남, 부평, 의왕, 용인, 의정부 등 서울 외곽에서 찾아오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심지어 이 대통령의 고향인 포항 흥해읍 학천리 주민들도 있었다. 소망교회의 한 목사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40명 늘어난 것으로 생각만큼 폭발적인 증가는 아니다"며 "대통령이 나온 교회라고 관심을 갖는 경우는 있겠지만 원래 연초에는 교회에 등록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인근 편의점 직원은 "이 대통령이 당선 직후 교회에 나왔을 때는 엄청난 인파가 몰렸는데 대통령이 교회로 오지 않는 요즘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새 신도가 교회등록카드를 작성할 때 주보 게재 여부를 선택할 수 있고 일부는 주보에 실리는 것을 꺼리는 경우도 있어 실제 새 신도의 수는 훨씬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신도 박모(55·여)씨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 이후 모르는 얼굴이 많이 보이는 것은 사실"이라며 "교회에 대한 호기심에 와보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시선이 불편해"
소망교회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을 두고 교인들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자칫 교회가 인맥 형성을 위한 장소로 비칠 수 있는데다 교회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는 경우도 있는 탓이다. 실제로 한달 전부터 매주 주말마다 김모(69)씨가 '생존 주거권을 보장하라'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예배당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고, 한반도 대운하 건설과 영어 몰입교육에 반대하며 1인 시위를 벌이는 이들도 있었다. 신도 박모(55·여)씨는 "자꾸 교회가 인맥의 중심처럼 포장을 하는데 사회지도층 인사가 많다 보니 그런 것일 뿐"이라며 "힘없는 교회에 와서 어거지를 부리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20년간 교회를 다녔다는 신도 심모(68·여)씨는 "이 대통령이 소망교회 출신을 편애한 것이 아니라 인사를 하다 보니 우연히 그렇게 된 것"이라며 "세상의 시선이 너무 확대 해석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 교회 한 목사는 "지역이 지역인 만큼 상대적으로 재력이 있는 분들이 있는 것이지 부자들의 교회라는 건 맞지 않다"며 "무리한 요구를 하더라도 교회 입장에서는 감수할 수밖에 없지만 '소망교회' 인맥이라며 비난하는 행태는 상당히 불편하다"고 털어놨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 소망교회는…
대한예수교 장로회 소속 소망교회는 목사 18명, 신도수는 7만명에 이를 정도로 대형교회다.
소망교회는 1977년 곽선희 목사를 포함해, 교인 11명이 삼일 기도회로 모이면서 시작됐다. 이듬해 현대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서 교회 터를 잡았다가 1981년 11월 현재 위치에 교회당을 신축해 입당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1978년부터 소망교회에 다녔으며 현대건설 사장 재직 시절인 1981년 이 교회를 신축했다. 당시 교회가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어 현대건설에서 실비로 지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2003년 10월 곽선희 목사가 은퇴한 후 장로회신학대학 교수 출신인 김지철 목사가 담임목사를 맡고 있다.
소망교회는 장로되기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장로 투표일에 참석자 3분의 2 이상의 찬성표를 얻어야한다. 이 때문에 장로가 되는데 6, 7년이 걸리기도 한다. 이 대통령도 1992년부터 3년 4개월간 주차 봉사를 한 뒤에야 장로가 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성현기자
♠ 전·현직 장관, 대학 총장, 유명 연예인, 정·재계…신도들 '빵빵'
소망교회에 다니는 유력인사는 굉장히 많다. 전·현직 장관 60여명, 대학총장 10여명, 유명 연예인 150여명이 다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정부에 입성한 소망교회 인사도 3명이나 된다. 이경숙 전 대통령직인수위원장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박미석 사회정책수석 등이 이 교회 신도다. 강만수 장관은 1981년 소망교회에서 이 대통령을 처음 만났다. 이후 20년 넘게 교우로 친분을 유지했다. 이 대통령은 2001년 한나라당 국가혁신위원회에 그를 참여시켰고, 서울 시장 시절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원장을 맡겼다. 박미석 수석의 남편인 이두희 고려대 교수도 소망교회 인맥.
정치권에서는 이상득 국회부의장, 이종구 한나라당 의원, 김형오 인수위 부위원장,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의원 등이 있다. 지난해 10월 이 대통령의 부시 미 대통령 면담을 추진했던 강영우 미 백악관 국가장애위원회 정책위원도 소망교회 인맥이다. 구자홍 LG전선 회장이 2년 전부터 부인을 따라 소망교회에 다니고 있고 이종철 삼성서울병원장, 이우철 금감원 부원장,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 서상목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도 이 교회 신도다.
재계에서는 소망교회의 금융인 선교회인 '소금회' 인맥이 눈에 띈다. 소금회는 명예회장인 홍인기 전 증권선물거래소 이사장을 비롯해 이우철 금융감독원 부원장, 김재실 전 산은캐피탈 대표와 장병구 수협은행 대표 등 금융계 인사들이 몸담고 있다. 또한 정덕구 전 산업자원부 장관, 곽후섭 전 상호신용금고연합회장, 나석환 전 한보철강 사장, 류시열 전 은행연합회장, 신복영 전 서울은행장, 장명선 전 외환은행장 등 내로라하는 전직 금융계 인사들이 고문직을 맡고 있다. 이 밖에도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김신배 SK텔레콤 사장, 정문술 미래와사람 전 사장, 김광석 참존화장품 회장 등도 소망교회 신도들이다.
Posted by 김만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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